EXPERT COLUMN
성범죄 사건에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법최면 분석
“분명 무슨 일이 있었는데 중간 중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모습은 봤는데 정확한 특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면 사건의 순서가 자꾸 헷갈립니다.”

성관련 사건을 면담하다 보면, 피해자나 가족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상당히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사람에게 계속 질문하면 언젠가는 정확한 기억이 떠오를까요?
오히려 성관련 사건에서는 ‘무엇을 질문하는가’만큼 ‘어떻게 질문하는가’가 중요합니다.
1. 법최면 사건면담에서 중요한 것은 ‘빈 기억을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사건 당시 상황이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그 사람이 이렇게 한 것 아니야?” “분명 그 장소에 있었던 것 같은데?” “아까는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어?” 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법최면 면담의 목적은 최면가가 생각하는 사건의 모습을 상대방에게 확인 받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기억과 관련된 면담에서는 본인이 실제로 기억하는 내용과 추측하거나 확신하지 못하는 내용을 구분해서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하죠
따라서 저는 사건면담을 단순히 ‘질문하고 답을 듣는 과정’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2.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성관련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억’입니다.
“왜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 “중간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면 진술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닐까?”
이런 걱정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 부분까지 어떻게든 떠올리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최면 면담의 관점에서는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완성하려고 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기억나는 것은 기억나는 대로, 기억나지 않는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고 구별하여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법최면은 영화에서 보는 ‘진실을 말하게 하는 최면’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법최면이라고 하면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립니다.
최면을 걸면 잊어버렸던 장면이 영상처럼 나타나고, 질문에 정확하게 답하는 모습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 법최면은 그런 마법 같은 장치가 아닙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심리감정 운용 규정에서는 법최면검사를 범죄 관련 정보를 목격한 뒤 심리적 외상이나 정서적 충격 등으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때 범죄 관련 정보의 인출을 촉진하는 데 법최면을 활용하는 인지적 검사기법으로 정의하고 있고, 경찰청 과학수사규칙 [제37조(법최면 검사)은 최면 기법을 활용하여 사건 관련자의 기억을 되살리고 범죄의 단서 또는 증거를 수집하는 기법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최면은 거짓말을 못 하게 하여 자백을 받아내는 기술이 아닙니다. 또한 모든 잊힌 기억을 정확하게 복원하는 기술도 아닙니다. 그러나 사건을 풀어가는데 열쇠의 역할은 반듯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