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T COLUMN
법최면분석 전문기관은 왜 필요할까? 사건 기억을 다루는 전문가의 역할
대한민국에서 믿을만한 법최면분석 전문기관 [기억을 얼마나 많이 떠올렸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확보와 검증의 절차다.]

기억을 많이 끌어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확보하고 검증했는가’이다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분명 그 자리에 있었는데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 장면만 유독 비어 있습니다.”
“얼굴을 본 것 같은데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피해자나 목격자가 일부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인간의 기억은 카메라처럼 사건을 그대로 녹화하고 보관하는 장치가 아니다. 극심한 긴장이나 충격, 시간의 경과,
음주나 약물의 영향 등 여러 조건 속에서 사건 기억은 불완전하거나 파편적으로 남을 수 있다.
그렇다면 기억이 흐릿한 사건에서 법최면은 무엇을 해야 할까.
여기서부터 ‘최면’과 ‘법최면분석’의 차이가 시작된다.
기억을 떠올렸다고 해서 곧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최면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최면상태에서 떠오른 내용이면 그것이 곧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사건을 다루는 법최면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억을 많이 떠올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스스로 기억했는가?
무엇이 질문 이후 떠올랐는가?
어디까지가 기억이고 어디부터가 추정인가?
그 내용 가운데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은 무엇인가? 를 구분하는 일이다.
따라서 법최면분석 전문가는 ‘답을 얻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기억이 오염되지 않도록 질문하고 기록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최면기술보다 질문기술이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건 당시 상황이 불명확한 사람에게
“그 사람이 당신의 뒤를 따라왔지요?”
라고 묻는 것과
“그때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라고 묻는 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에는 이미 질문자의 가정이 포함돼 있다.
사건 기억을 다루는 과정에서는 이런 작은 차이가 중요하다. 그래서 법최면분석에서는
최면을 얼마나 깊게 유도했는가보다 질문이 얼마나 중립적이었는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법최면분석은 ‘한 번의 최면’으로 끝나지 않는다.
법최면분석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최면을 건다 → 기억이 떠오른다 → 결과를 얻는다”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전문적인 분석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법최면분석은
사건기록 분석
→ 가설 설정 및 계획 → 사전 평가 → 법최면 면담 → 진술분석 → 타당도 검토 → 결과보고서 작성
과 같은 단계적 절차로 제시한다.
이 구조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법최면에서 떠오른 기억을 그대로 결론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 가능한 자료로 만들어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기관이라면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
사건면담에서는 이런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
“기억납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확실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들었습니다.”
이 네 문장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이를 한데 묶어 모두 ‘기억’으로 기록해 버린다면 진술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법최면분석 결과에서는 적어도
피최면자의 보고, 분석자의 해석, 객관자료로 확인된 내용,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 이 서로 구분되어야 한다.
전문성은 무엇인가를 단정하는 능력보다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를 구분하는 능력에서 드러난다.
기억은 단서이고, 검증은 또 다른 과정이다.
법최면 과정에서 차량 색상이나 특정 숫자, 장소, 대화 내용 등이 떠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그 정보는 중요한 수사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다음 단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CCTV와 일치하는가.
통화기록과 맞는가.
위치정보와 부합하는가.
다른 사람의 진술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이렇게 객관적인 자료와 비교해야 한다.
법최면이 진실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법최면분석에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사건과 관련된 기억을 다루는 일은 일반적인 최면상담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한 번 오염된 기억은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고,
유도된 질문이나 외부 정보가 이후의 진술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법최면분석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면 적어도
전문가의 자격과 지속적인 교육,
표준화된 면담 절차,
전체 과정의 기록,
진술분석과 타당도 검토,
객관자료와의 교차검증,
결과보고서 작성
이라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면을 할 수 있는가’와
‘법최면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가’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법최면의 미래는 더 강한 최면기법에 있지 않다
법최면이 과학수사와 법심리 영역에서 더 높은 신뢰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극적인 최면기법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더 중립적인 질문,
더 엄격한 절차,
더 투명한 기록,
더 신중한 분석
이 필요하다.
법최면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기억을 끌어냈는가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그 기억을 어떤 절차로 확보했고,
어디까지 검증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기억은 사건의 진실을 향해 가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억을 다루는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한국법최면분석협회가 지향해야 할 전문성 역시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기억을 단정하지 않고,
기억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
그것이 법최면분석 전문기관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윤대중 박사
한국법최면분석협회
